춘곤증, 잠 그리고 생체시계춘곤증, 잠 그리고 생체시계

Posted at 2010/03/04 00:30 | Posted in 과학


국가대표들의 동계올림픽 낭보로 유난히 추웠던 올해 겨울을 훈훈하게 보내고, 어느덧 벌써 봄이 왔습니다. 올해 봄은 따뜻한 기단이 일찍부터 자리잡아 비가 충분히 내리면서 매년 우리나라 농민분들의 근심이었던 봄가뭄을 말끔히 해소시킬거라 합니다. 두차례 꽃샘추위가 있을꺼라 하지만 서울에는 평년보다 약 5일빠른 3월말에 봄꽃이 환하게 핀다고 합니다.

하지만 봄의 전령사가 꽃만 있는게 아니지요^^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악명높은 '춘곤증' 역시 봄을 알리는 대명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동안 신체가 계절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일시적으로 생기는 생리적 현상인 '춘곤증'. 오늘은 춘곤증의 이유를 잠깐 짚고, 좀더 포괄적인 잠(수면), 그리고 생체시계에 관한 내용를 중점적으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잠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생체시계에 관한 것들을 짚고 넘어가봅시다.
생체시계? 우리 몸에 시계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분들도 몸 안에 있는 시계에 대해 막연하게나 느껴보신 경험들이 있을겁니다. 예를 들어,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저절로 특정시간대에 깨는 경우, 내가 의도적으로 자려고 했지만 잠이 들지 않는 수면장애를 겪어본 경우, 밤을 새야하는 데 특정한 시간대가 되면 참을 수 없이 졸리고도 그 시간대가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정신이 말짱해진 경우 등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누구든지 한번 쯤은 '어? 이상하다' 라고 느낄 수 있는 생물 안의 시계가 바로 '생체시계'입니다.

우리들은 느낌과 추측만으로 이상하게 느끼고 지나쳤던 '생체시계'. 하지만 우리들의 잠을 조정해주는 이 가상의 존재를 찾기 위해 20세기 뇌신경과학자와 생화학자 물리학자까지 물리 화학 생물에 이르는 광대한 범위의 과학자들이 수십년씩 매달렸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과학자들이 엄청난 시간을 투자하여 그 원리에 대해 밝혀내고자 하였으나, 생체시계라는 녀석은 손쉽게 자신에 대한 연구를 허락해주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생체시계를 찾아내고 그 원리를 규명하는데 실패하였지만, 세기를 넘어서 지속되는 관심과 일련의 실험들 그리고 끊임없는 젊은 과학자들의 도전으로 윤곽을 꽤나 밝혀 낼 수 있었습니다.


▲ Viecent Van Gogh - Siesta, 스페인의 유명한 낮잠풍습을 소재로 한 그림

왜 이렇게 과학자들이 복잡한 생체시계를 밝혀내기 위해서 많은 실패를 거듭하고도 매달렸을까요? 스리마일 원전사고와 체르노빌 원전사고 등 인간의 실수에 의한 대형 사고가 주로 야간 교대 근무자들이 일하는 한밤중 - 새벽 사이에 발생합니다. 또한 운수업에 일하는 많은 기사들의 사고 역시 특정시간대에 자주 발생하고요.(뒤에서 언급할 Zombie Time으로 새벽 0-4시를 지칭) 단순히 사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 많은 국가들이 전통적으로 낮잠을 자는 풍습이 있는 이유 그리고 춘곤증까지 '생체시계'의 발견으로 의문이 풀리게 되거든요.


◀ Pineal gland - 송과체, 이곳에서 '생체시계' 작동


생체시계를 발견하기 위한 실험은 과연 어떻게 했을까요? 생물에 관한 실험이 다 그런건 아니지만 감수성이 예민하시거나 생명윤리를 극단적으로 옹호하는 분들은 이번 문단을 좀 뛰어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실험을 하기 전에 과학자들은 생체 시계가 존재하여 일부 예외를 제외한 생물들은 24시간 주기에 맞춰 생활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죠. 단세포 조차도 생리학적 리듬이 24시간 주기로 일어나는 것이 밝혀지자 다세포 생물인 사람과 동물들도 수조개의 시계로 이루어졌을꺼라 추측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시계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그리니치 표준시계처럼 핵심적인 생체시계가 있을꺼라 추적했습니다. 따라서 생물학자들은 섬뜩한 실험을 하게 됩니다.
생쥐들의 눈을 멀게 한 다음 부신, 뇌하수체, 갑상선, 생식선을 각각 제거하고, 전기충격과 경련을 주어 근육을 이완시키고 알콜을 주입하여 혼수상태에 빠트리고 장시간에 걸쳐 마취를 시켰습니다. 즉, 외부의 시각정보 자극을 완전히 마비 시키고 어떠한 기관에서 이 마스터 시계가 존재할지 추적해보는 겁니다. 생물학자들은 수술부위를 봉합하고 원래 있던 우리에 놓아놓고 관찰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생쥐의 시계는 전혀 문제없이 째깍거리며 주기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 생물학자들. 결국 생쥐의 뇌를 한부분씩 잘라가며 다시 실험을 했습니다. 뇌를 잘라냈음에도 불구하고 생쥐의 시계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지만, 마지막 뇌하수체 전엽을 제거했을 때 생체시계가 모습을 드러내고 생쥐들은 24시간 주기를 잃어버렸습니다.
좀더 자세히 알기 위해 시간이 지난뒤 다른 생물학자들이 빛과 어둠의 주기에 생체시계가 동조될 수 있다는 단서를 추적하기 위해서 생쥐의 눈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포함한 아미노산을 주사하고 관찰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자외선이 망막에 도달하여 하나의 신경으로 되있는 핫라인을 타고 좌우 눈의 신경이 교차되는 부분인 시신경 교차생핵에 연결 되어 뇌하수체 전엽의 송과체까지 자극이 전달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후속 연구로 시신경 교차상핵과 송과체를 제거한 들쥐가 생체주기를 잃어버리는 것을 확인하여 '생체시계'의 존재는 현실이 되었죠.

이 마스터 시계의 위치는 발견되었지만 생물의 생체주기를 통제하는 전체적인 생화학적 메카니즘은 아직 자세히 밝혀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생체시계가 몸 안의 세포들의 시계를 연결시켜 같이 동조된 주기를 나타내는데 GABA라는 신경전달물질이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GABA, Gamma-AminoButyric Acid
에 대해선 언젠간 다뤄보도록 할껍니다 ; 필자 주)

아까 언급했던 빛과 어둠에 의해 생체시계가 조절되는 과정은 송과체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이라고 부르는 호르몬에 의해 조절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멜라토닌 이라는 호르몬은 밤에만 생성되어 1년중 밤이 가장 긴 겨울에 많이 생성되어 수면을 유발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계절이 바뀌면 몸은 아직 멜라토닌 생성이 겨울에 맞춰져 있는 반면, 빛이 계속 망막을 자극하여 외부 자극과 생리적인 작용의 불일치를 불러일으켜 피로감과 졸음이 몰려오는 것이라고 추측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이 바로 '춘곤증' 입니다. '춘곤증'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들은 의사와 한의사들의 많은 조언들이 널리 알리고 있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겠습니다만 춘곤증은 멜라토닌과 생체시계의 주기와 관련이 깊다는 것은 알아두세요.
▲멜라토닌(Melatonin)의 화학구조

멜라토닌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잠과 관련된 멜라토닌의 또 하나 멜라토닌에 대해 흥미로운 사실을 이야기 하자면 나이에 따라 멜라토닌 생성량이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100일을 넘기지 않은 아이들은 멜라토닌이 생성되지 않아 생체시계가 외부자극과 관계없이 작동하게 됩니다. 따라서 24시간주기로 맞추어 사는 부모님들과 아이들이 서로 수면 주기가 일치하지 않아 고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인간이 1차 성장을 하는 시기와 2차성장을 하는 시기에 멜라토닌 생성량이 급격히 늘어나 잠을 많이 자게 됩니다. 하지만 나이든 사람은 멜라토닌이 많이 생성되지 않아 수면장애를 겪거나 새벽에 일찍 일어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빛과 어둠이라는 자극을 망막에서 받아들이고 뇌의 송과체에 가서 멜라토닌을 통하여 우리의 생체시계가 수면패턴과 생체 리듬을 조절합니다. 여기에서 생체시계가 조절하는 생체리듬중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표지가 체온 변화라는 것입니다.
체온과 수면의 상관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최저 체온'입니다. 최저체온이 24시간을 주기로 사인파 형태의 그래프로 등락을 반복하는데, 최저체온의 1-2시간 뒤에 호르몬인 코티솔(부신피질호르몬, cortisol - 극심한 스트레스상태 일때 혈당을 높여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게 하는 역할을 주로 한다)이 대량으로 분비되면서 인식기능, 기억력, 유연성이 휴면상태에서 깨어나 각성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누구나 다음날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 자는 시간을 조정하려 하였을 때(좀더 일찍 일어나거나 늦게 자거나) 잠을 계속 이루지 못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불면증이 있거나 내일에 대한 기대로 잠을 설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의 생체시계, 그니까 그 중 체온 주기에서 주로 수면이 잘 오지 않는 상태일 때 잠을 청하여 실패를 하는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주로 자는 시간의 1-3시간 전(8-10시)에 체온이 상승하는 형태를 보이며 이러한 구간에서 잠을 청하게 되면 잠을 쉽게 들지 못합니다. 어렵게 잠을 든다고 해도 잠이 들자마자 안구가 급속히 움직이는 REM수면의 형태를 보이게 되며, 오래 자고 싶어도 마법같이 생체시계의 자명종이 울리면 깨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내일 중요한 시험이 있는 갑남을녀 A씨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자신의 방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하는 A씨는 내일 시험을 위해 공부를 하고 싶어하지만 자꾸 눈꺼풀에서 인력이 작용하기 시작합니다. 보통 11시에 자던 A씨는 9시에 침대에 눕게 됩니다. 머리가 무거운 상태에서 잠을 청하고자하나 내일 시험이 긴장되는지 자꾸 잠이 오지 않자 다시 일어나 새벽 3시까지 공부를 하려고 결심을 합니다. 하지만 A씨의 뜻과 달리 시계가 1시를 넘기자 불가항력적인 졸음이 쏟아집니다. 목표대로 새벽 3시까지 앉아있었지만 그동안 넘긴 페이지는 달랑 하나. 결국 다음날, 시험을 망치게 됩니다. 시험결과를 잊고자 학원 친구들과 시험이 끝난 다음날 새벽까지 뒤풀이를 한 A씨는 '오랜만에 푹 자볼까'하는 마음에 평소 아침 7시에 울리는 자명종시계를 끄고 잠을 잡니다. 많이 잔듯하여 일어나본 A씨, 시계는 아침 7시를 가르키고 있자 '내가 24시간 넘게 잔건가' 의아해하게 됩니다. 하지만 정작 달력을 보자 몇 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왜 이렇게 A씨의 생활이 꼬여버린걸까요?

이미 앞서 설명한대로, A씨는 체온이 높은 구간에서 잠을 청하여 잠을 설치게 되고, 다음날 많이 자고 싶어하였지만, 생체주기에 따라 어김없이 6시경 분비되는 코티솔이 그의 잠을 깨우게 됩니다.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러한 주기성을 가지는 생체리듬 때문에 보통 건강한 삶을 떠올리면 '규칙적인 삶'과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삶'을 꼽는 것입니다, 재밌는 것은 하루에 한번만 수면이 오는 구간이 찾아 오는 것은 아닙니다. 주기를 보다 보면, 낮 1-4시 사이에 부족한 잠을 보충하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많은 국가의 전통적인 낮잠 시간대가 이 시간 대에 분포하고 있는 것을 기억한다면 흥미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즉, 낮 1-4시 사이에 졸음이 온다면 물론 점심을 과하게 먹어 뇌에서 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여 영향을 끼칠 수도 있지만, 주된 이유는 바로 내 몸안에 시계가 휴식시간을 가르키기 때문인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우리의 몸 내부에 빛과 어둠에 반응하는 생체시계가 존재하고, 호르몬의 작용을 통해서 생체리듬이 형성되는데 주로 체온 주기를 활용한다는 점, 체온이 높을 때는 각성상태에 가까워지고 체온이 낮을 때는 휴면상태에 가까워진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서 자신의 수면조절에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봐야 하는데, 저체온기인 새벽시간 때에는 인식기능, 기억력, 유연성 모두가 각성상태에 비해 떨어지는 좀비시간대(Zombie-Time)이므로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며, 자신의 의지만으로 수면을 억지로 조절하려하면 몸이 피로해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었는데 의지가 너무 앞섰는지 두서없이 글이 길어졌네요. 이러한 잠, 그니까 수면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24시간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이러한 연구를 했던 과학자들과 이러한 과학자들의 연구내용을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블로거의 의도를 이해해주시고, 내용 중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은 댓글로 남겨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한마디, 사족을 덧붙인다면 산업화 이후 불이 켜지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시대에서 잠을 잘 조절하여 내가 할 일과 내 몸의 건강을 잘 타협할 줄 아는 사람이 이 시대의 승리자가 될 것입니다. 잠을 잘 자는것, 말은 쉽지만 여태까지 멀게 느껴졌던 이 능력을 얻기 위해서는, 지피지기 백전백승( 戰百勝), 잠을 알아야 함은 기본이겠죠?

참고도서 - 동시성의 과학SYNC
p.s 수면주기에 대한 내용은 복잡계과학의 흥미로운 연구대상입니다. 이번 글에선 어렵게 쓰지 않기 위해서 풀어서 써서 잘 이해가 가지 않을지도 모르니, 좀더 지적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심화된 내용을 찾고자하는 분은 '일주기조정자'와 관련된 내용을 찾아보시면 됩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1. 김정숙
    너무 쉽게 잘 설명해주셔서 재밌게 읽고 갑니다.
    감사해요 ^^
  2. 까꿍
    관심있는주제였는데 어려운내용도 쉽게잘설명해주셨네요^_^
    잘읽고갑니다
  3. 까꿍
    관심있는주제였는데 어려운내용도 쉽게잘설명해주셨네요^_^
    잘읽고갑니다
  4. 그럼..
    체온이 높을 때는 각성상태, 낮을 때는 휴면 상태라 한다면 밤에 자기전에는 찬물로 샤워를 하면

    잠이 더 잘올까요?
  5. 500KR
    아뇨, 찬물로 샤워하게되면 오히려..역반응으로 몸이 체온을 맞추려 대사를 높이기때문에, 역효과가 납니다.

    원래 샤워란게, 자기전에 하고 딱자면..상쾌하니, 잠이잘오죠. 어차피 결국엔 물이증발하면서 자연스레 체온이 내려가기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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